한국인을 사랑한 또 한 명의 독일인 ‘윤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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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GNTV가 제작한 다큐영화 <서서평,천천히 평온하게>가 4월 26일 개봉한다.이 영화는 지금으로부터 105년 전 한국인보다 한국과 한국인을 더 사랑한 독일인 선교사 서서평의 일대기를 그렸다.그런데 여기, 서서평 선교사만큼이나 한국을 사랑한 독일인 여성이 또 있다. 다큐영화 <서서평, 천천히 평온하게>에서서서평 역을 연기한 윤안나(본명 AnnaElisabeth Rihlmann)가 그 주인공이다.그녀는 한국예술종합대학 전문사 과정에입학한 첫 번째 외국인이기도 하다.

/ 김영선 기자 k4458@onnuri.org

 

다큐영화 <서서평, 천천히 평온하게>에서봤던 모습과 또 달랐다. 밝은 미소가 더없이아름다운 20대 아가씨였다. 다큐영화 <서서평, 천천히 평온하게> 촬영이 끝나자마자 다른 작품을 준비하느라 한창 바빴다고 한다.윤안나 자매의 한국과 한국인 사랑이 얼마나 대단한지 모른다. 한국살이를 시작한지 5년밖에 안 됐는데 한국말을 얼마나 잘하는지모른다. 한국의 시사, 경제, 역사까지 지식도풍부하다.

 

그녀의 못 말리는 한국사랑은 2009년부터시작됐다. 그녀가 15살 때였다. 김기덕 감독의영화 ‘ 빈집’ 을 보고 큰 감동을 받았다. 영화속에 나오는 한국이 너무 궁금했다. 그때부터한국영화를 보면서 한국을 알아가기 시작했다. 한국에 너무 가보고 싶어 하던 소녀의 꿈이 이루어졌다. 교회 비전트립을 통해 한국에방문할 기회가 생긴 것이다.

 

“경주에도 가보고, 교회에도 머물고, 홈스테이를 하면서 한국을 배우고 알아갔어요. 그러고 독일로 돌아갔는데 한국이 너무 그립더라고요. 그때부터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해서 방학 때 또다시 한국에 왔어요.”

 

그녀의 한국사랑은 아무도 말릴 수 없었다.한번 불붙은 한국사랑은 용광로보다 뜨겁게타올랐다. 한국을 아는 것만큼 재미있는 일이없었다. 한국어 공부를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모른다.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부전공으로는 한국학을 선택할 정도였다.

 

대학을 졸업하고 다시 한국에 왔다. 교육방송 EBS에서 조연출도 해보고, 통일연구원에서 인턴생활도 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했다. 힘든 일도 많았지만 한국생활이 너무 좋았다. 소중한 인연들과 만남도 이어졌다. 가장 귀한 만남은 한국인 양부모와의 만남이었다.

 

영혼까지 찰떡궁합

“한국에서 정말 소중한 사람들을 많이 만났어요. 당시 서울에 있는 직장에서 인턴생활을했는데 지낼 곳이 마땅히 없었어요. 친한 언니가 소개해 준 지인의 집에서 지내게 됐는데 그곳에서 한국인 양부모님을 만났어요.”

 

한 달만 머물기로 했는데 그 집 가족들과 너무 잘 맞았다. 하나님이 예비하신 만남이라는표현 말고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영혼까지 찰떡궁합이었다. 그렇게 그녀에게 한국인 가족이 생겼다. 한국에서 만난 양부모님은그녀의 가장 큰 후원자이자 중보자다. 귀가 시간이 늦으면 혼내기도 하고, 중요한 일이 있으면 밤새워 중보기도해 주신다. 양아버지의 성을 따서 이름을 윤안나로 지었다. 양부모님을만나고 나서 아예 한국에 눌러앉기로 작정했다.

 

배우의 길을 선택한 것도 소중한 인연 덕분이다. 교육방송 EBS에서 조연출을 할 때 만난인연이 그녀가 배우의 길을 걷게 했다.“제가 출연한 프로그램 MC가 연극배우였어요. 그분이 출연하는 공연을 보러갔다가 제 어릴 때 꿈이 배우였다는 것이 생각났어요. 그때부터 한국에서 배우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연기를 배울 수 있는 대학원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한국예술종합대학교에 방문했을 때한국을 처음 알았을 때와 비슷한 감동을 받았다. 정정당당하게 시험보고 한국예술종합대학교 연기과 전문사 과정에 합격했다. 그녀는한국예술종합대학교 연기과 전문사 과정에입학한 첫 번째 외국인이 됐다.

 

“처음 1년 동안은 매일 울었어요. 연기를 배우는 것이 재미있었지만 한국인의 감성을 살린다는 것이 쉽지 않았거든요. 이것보다 더 힘들었던 것은 눈물 흘려가며 연기를 배웠는데외국인 여배우가 할 수 있는 배역이 한정적이라는 것이었어요.”

 

외국인 여배우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외국인며느리 밖에 없었다. 그녀가 귀에 딱지가 앉을정도로 많이 들었던 말이기도 하다. 편견이라기보다 그것이 현실이었다. 그녀가 연기할 수있는 배역은 정말 많지 않았다. 낙심하는 마음이 드는 순간 하나님이 역사하셨다. 그녀에게또 하나의 인연을 만나게 하셨다. 바로CGNTV다.

 

CGNTV는 그녀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제안했다. 바로 서서평 선교사 역할이었다. 당시CGNTV는 다큐영화 <서서평, 천천히 평온하게> 제작을 준비하면서 한국어와 영어를 잘하는 기독교 신앙을 가진 독일인 여배우를 찾고있었다. 독일인 여배우를 찾는 일도 어려운데한국어와 영어까지 잘해야 하고 거기다 신앙까지 있어야 한다니 사실 조건을 충족시키는배우를 찾는다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웠다. 찾고 또 찾다가 포기할 무렵 운명적으로 그녀를만나게 됐다.

 

“저한테 서서평 선교사 배역 제의가 들어왔는데 너무 놀랐어요. 한국인 엄마가 제가 배역이 없어서 힘들어 하니까 ‘ 한국의 초대 영부인도 외국인이었고, 외국인 여자 선교사가 많았으니 그 역할이 생기면 네가 할 수 있을 거야’ 라고 위로해줬었거든요. 그 위로가 현실이됐어요.”

 

CGNTV나 그녀나 놀라지 않을 수 없는 만남이었다. 바로 이것이 하나님이 연결해준 만남이 아니라면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서서평, 천천히 평온하게> 독일까지 간다

그녀는 서서평 선교사에게서 알 수 없는 동질감이 느껴졌다. 한국과 한국인을 사랑하는마음이 같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서서평 선교사를 알아 가면 갈수록 그녀의 삶을 본받고 싶었다.

 

“서서평 선교사를 연기하면서 눈물을 정말많이 흘렸어요. 서서평 선교사님의 아픔이나애환이 느껴지는 순간이 많았거든요. 연기자로서 성공하고 싶은 마음이 컸었는데 서서평선교사님이 강조하신 ‘ 성공이 아니라 섬김’이라는 말을 되새기며 반성했어요.”서서평 선교사 역할은 그녀를 성장시켰다.신앙도 그렇고 배우로서도 한 단계 성장하는기회였다.

 

“길에 쓰러진 어르신에게 다가가 ‘ 괜찮아요?’ 라고 말을 건네는 촬영 장면이 있었어요.그런데 입술이 쉽게 떨어지지 않더라고요. 저는 그런 일을 해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어떤마음으로 그 말을 건네야 하는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서서평 선교사 역에 몰입할수록 서서평 선교사의 큰 사랑을 알 수 있었고, 느낄 수 있었다.

 

“정말 대단하신 분이에요. 사랑이 정말 많은분이셨어요. 늘 이웃들에게 다가가 괜찮은지물어보고 보살피셨어요. 독일 사람들은 서서평 선교사에 대해 잘 알지 못해요. 서서평 선교사에게 관심 가져야 할 독일 교회에서도 그녀를 아는 사람이 별로 없어요. 많은 독일인들이 서서평에 대해 알고 하나님의 사랑을 되새겼으면 좋겠어요.”

 

그녀의 바람이 현실이 되고 있다. 독일 튀빙겐대 한국학과에서 다큐영화 <서서평, 천천히평온하게>의 개봉 날만 기다리고 있다. DVD를 구해서라도 서서평 선교사의 삶을 알아보고 싶어하는 독일인들이 늘어나고 있다.다큐영화 <서서평, 천천히 평온하게> 촬영을 마치고 그녀는 배우로서의 비전이 하나 더생겼다.

 

“제가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하나님이 주신 마음으로 행동하고, 그 사랑을 전해야겠다는 목표가 생겼어요. 작품과연기를 통해 그 사랑을 전하고 싶어요.”